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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nc/일기는 일기장에

[책 이야기] E-book과 종이책 비교: 책 넘기는 '맛'?

by Zinc Finger 2018. 5. 22.

나는 책을 볼 때 보통 E-book을 선호한다. 종이책만 나와있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E-book이 있을 경우 무조건 E-book을 구입한다. (잡지는 예외)


E-book으로 책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와서 묻는다. 

제일 많이 듣는 소리는 다음 세 가지다.


"눈 안 아파?"

"책 넘기는 맛이 없지 않아?"

"E-book으로 책 보는 거 괜찮아?"


이 글에서는 저 세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E-book과 종이책을 비교해보려고 한다.



먼저 밝혀둘 사항 두 가지

-내가 E-book을 보는 기기는 아이패드 프로(레티나 디스플레이 탑재 모델).

-E-book 리더기에 대해서도 들었지만 사용해보지 않아서 자세히 이야기하기는 힘듦. 한 번 본 적은 있는데 디스플레이가 지저분하고(눈에 피로하지 않은 디지털 잉크를 사용해서라고 한다), 버벅거리고, 느리고, 흑백이다. 무게가 정말 가벼운 것이 그나마 장점인 듯하다.



첫 번째, 눈이 아픈가?

나는 E-book을 읽으면서 눈이 아픈 적이 거의 없다. 전날 과음을 했거나 잠을 못 잤거나 한 경우 눈이 좀 아프긴 하지만 E-book을 못 읽을 정도로 아프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 

사실 나는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을 해도 잘 아프지 않은 강철의 눈을 가졌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지기 힘들다. 라섹이나 라식을 한 경우 컴퓨터를 할 때 눈이 자주 건조하고 시리다는 데 이런 경우는 E-book을 보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책 넘기는 맛이 없는가?

당연히 없다. E-book은 넘기는 게 아니고 터치하는 것이다. 

사실 저 질문은 '책을 한장한장 넘기는 낭만적 감각과 책장에 좌라락 꽂혀있는 책들에서 얻는 시각적+지적 충만감이 없어도 괜찮나?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책 넘기는 '맛'이 없어서 E-book 대신 종이책을 읽어야 한다고 느낀 적은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책을 구입할 때 겉표지나 제본방식에 대해서 별로 개의치 않는다. 물론 멋진 표지, 멋진 제목에 눈길이 많이 가는 것은 사실이고 양장으로 된 책은 마법사의 책처럼 멋지다. 중학생 때는 집 한 벽을 가득 채운 책들(대부분 엄마가 사온 청소년 문학전집류)을 보면서 내가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새 지나고 보니 내가 두고두고 읽고 싶어하고 사랑한 것은 '책'이 아니라 '글'이었다. 화려한 겉표지는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종이는 부드럽고 가벼울 수록 좋고(반짝거리고 매끄러운 종이는 대부분 돌가루를 섞어서 무겁다). 양장은 무겁고 거추장스러워서 웬만하면 사지 않으려고 한다.


'책'이라는 유형물이 주는 지적이고 낭만적인 느낌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책을 읽을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나름의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음악을 디지털 음원으로 듣든 LP판으로 듣든, 사진을 디지털로 찍든 필름으로 찍든, 그림을 캔버스에 그리든 디스플레이에 그리든 뭐 어떤가. 나만 좋으면 됐지.



세 번째, E-book으로 책 보는 것이 괜찮은가?

마지막 질문에서는 종이책과 비교한 E-book만의 매력, 장단점을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E-book의 장점

1) 가볍다. 아무리 아이패드에 E-book을 우겨 넣어도 500 g을 넘을 수가 없다.

2) 저렴하다. E-book은 종이책보다 당연히 싸다! 물론 현재 대한민국의 도서정가제 때문에 E-book의 가격은 종이책보다 30% 싸게 가격을 책정 할 수 없다(예를 들어, 종이책이 10,000원이라면 E-book은 적어도 7,000원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15% 내에서 추가 할인도 해주고, 어찌됐건 종이책보다 싼 것은 사실이다.

3) 하이라이트, 검색, 메모기능. E-book 어플로 하이라이트를 할 수 있고 나중에 하이라이트 부분만 따로 모아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원하는 키워드를 검색해서 그 부분만 찾아 볼 수 있다. 원하는 부분에 주석처럼 메모를 할 수도 있다.

3) 어떤 자세든 OK. 책을 서서, 앉아서, 엎드려서, 옆으로 누워서 아무렇지 않게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우리는 그 동안 침대에서 종이책을 볼 때 얼마나 고통받았는가! 자기 전에 침대에서 책을 읽으려면 불을 켜고 있어야 했고 졸리면 다시 불을 끄러 침대에서 일어나야 했다. 침대 등이 있어도 그림자 때문에 앉거나 엎드리는 자세만 가능했다. 독서 등을 사도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누워서 손에 들고 책을 보고 있으면 팔뚝 근육의 압박이 온다. 힘들어서 옆으로 누웠다가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지치고는 했다. E-book은 그런 고민이 전혀 필요 없다.

4) 훼손 혹은 분실 위험 없음. 어느날 기기가 맛이 가거나 도난 당해도 책은 온전히 서버에 있다.

5) 빛의 배송. 총알 배송 저리가라다. 이제는 빛의 배송이다! 구입 즉시 바로 볼 수 있다.


E-book의 단점

1) 회사가 망하면 답이 없다. 실제로 예전에 한 E-book 회사가 망해서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던 E-book이 다 날아갔던 적이 있다. 잘 알아보고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 같은 서점을 이용하자. 나는 참고로 일순위로 교보문고, 차선책으로 알라딘을 이용한다.

2) 구입 전 내용 확인이 힘들다. 대부분의 인터넷 서점에서 미리보기로 앞부분 몇 페이지만 스캔으로 제공하고 있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휘리릭 보며 파악하고 싶을 경우에는 오프라인 서점으로 가야 한다. 

3) 책 교환이 불가능. 종이책은 서로 빌려보고 바꿔볼 수 있다. E-book의 경우 한 계정을 몇 개의 단말기에 동시 로그인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이것은 사용자 편의를 위한 것이지 책을 공유하라는 의도는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E-book의 장점이 단점을 상쇄하고 남는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고민 된다면? 교보문고나 알라딘에 1,000-2,000원 혹은 무료 E-book도 있으니 한 권 쯤 읽어보고 결정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