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렛 그림2 [책 이야기]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곰브리치를 넘어서 몇 년 전, 나는 파리에서 약 10일 간 머물렀다. 내 파리 여행의 주제는 ‘그림’이었고 파리에 있는 모든 미술관을 돌아보는 것이 목표였다. 당시 나는 대학에서 배운 미술사 지식들, 특히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The history of art)"를 통해 무장 된 상태였다. 어떤 그림이든 보고 즐길 자신이 되어있었다. 가장 가보고 싶었던 미술관인 루브르는 여행 내내 방문할 생각이었다. 파리에서 나의 아침 일정은 항상 루브르 방문이었다. 처음 방문한 날 루브르는 나의 기대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그 거대한 루브르는 나를 황홀하게 했지만 울게도 했으며, 동시에 나를 철저히 절망하게 했다. 루브르에 방문한 지 며칠 째가 되었을까. 회화관을 다 돌고 토속 예술품 전시관을 돌며 나는 머릿속이 서늘해지기 시작하기 .. 2018. 5. 18. [책 이야기] 중2병과 '책'이라는 도피처 열다섯 살. 나는 중2병이 심했다. 그 당시 나에게는 세상이 너무 시시했다. 또래들의 시시껄렁한 대화라든지 그 미성숙함(이라고 당시에는 생각했다)이라든지 모든 게 우스워보였다. 그렇다고 어른들과 어울리고 싶지도 않았다. 내 눈에는 어른들 모두 세상에 물들어 타락(!)한 것 같았다. 어른들은 더러워. 꿈이라든지 철학이라든지 나를 가슴 뛰게 하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없었다. 나 혼자 특별한 것 같았고 그런 나를 세상이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또래들과 어른들에게 나는 배울 것이 없다고 느꼈다. 정말, 중증 중2병이 따로 없었다. 그런 나에게 책은 최고의 도피처였다. 책가방에는 그 날 학교에서 읽을 책 한권만이 달랑 들어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세상을 배워가기에는 충분한 무게였다. 담임 선생님은 나를 걱정.. 2018. 5. 10. 이전 1 다음